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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남편의 내조 퍼레이드


오늘로 필기시험(MCQ)을 하나 더 끝내고 또다시 별 일 없는 일상으로 복귀한다.
생각해보니 고입 연합고사부터 시작해서 '중요한 시험'이라는 걸 쳐온 경력이 제법 된다. ㅍㅋㅋ
내성이 생겨서 그런지 무난히 지나온 듯. 오히려 나보다 남편이 더 긴장했지 싶다.

일주일 전부터 남편은 '미역국 free week'을 선언하면서, 지난 1월, 첫 시험(EE)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했다. 지난 1월 사태란, 내가 이틀에 걸친 시험 중 첫날 기력을 너무 소진한 나머지 저녁 메뉴로 미역국을 끓여, 그 날 저녁과 다음날 내내 먹은 미역국 사태다. 만약 떨어졌으면 두고 두고 회자되었을 거다.

어쨌든 그렇게 시작된 '긴장 남편'의 내조 퍼레이드가 너무 귀엽고 즐거워서 두고두고 기억하려고 사진으로 남긴다.


첫번째는 김치볶음밥으로 시작되었다. 사실 말이 김치볶음밥이지 그 안에 안 들어간 것이 없었다.
아무튼 그 흥미로운 슈퍼울트라 오버김치볶음밥 위에 100점 받으라며 "100"을 새겨 놓았더라. 푸하핫

100점 기원 슈퍼울트라오버 김치볶음밥



어느 날은 냉장고를 뒤적뒤적, 과일을 먹는가 싶었다. 혼자 먹기 미안했는지 나한테도 뭘 갖다주는데,
헉, 딸기 먹고 1등도 먹으란다......

1등하라며.



이때쯤 되니까 나는 남편이 주방에만 가면 뭔가 기대가 되어서, 남편이 부담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이 날은 자장면+밥을 해주었는데 뭘 적어줄 거냐 했더니 'ㅋㅋ' 라고 답했다.

그냥 웃지요.


이건 거의 시험 직전, 군만두에 김마끼, 계란국으로 중식+일식의 오묘한 조화를 만들었는데,
시험 끝의 기쁜 마음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스마일:)이라고 자평하였다.

시험 끝난 기쁨을 표현?


이건 오늘 점심 사진이다.
사실 전날 오후에 먹은 딸기에 둘 다 체했다.
딸기는 정말 맛있었는데, 씹지도 않고 삼켰는지 좀 심하게 체했다.
부드러운 누룽지-버섯죽(?)과 해물계란국의 모습. 참 맛깔난다..

또 먹고 싶다...



저 탐나는 퓨전요리로 남편의 내조퍼레이드는 일단락되었고, 
정말 나보다 더 힘들었는지 나보다 더 먼저 잠이 들었다. 

사진으로 남은 것은 음식들이지만, 수험생 내조에의 다각도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방학 중에도 도서관 동행하기, 매일 나의 학습량 점검하기, 걱정하고 야단치고 격려해주기,
공부하고 있는 질환별 증상 몸소 보여주기, 자장가 부르다가 먼저 잠들기 등등

내조의 대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남편. 그동안 수고하셨소~
근데 이거 다시 안 해도 되겠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