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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요즘.


1. 우리 건물 1층 보드판에는 이 곳 주민들이 내놓는 각종 중고물품들의 광고가 내붙는다. 그 게시판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가 얼마 전에 그걸 보게 되었는데, 며칠 전에는 Sewing machine이 나왔다. 조만간 한 번 배워서 써봐야지 하던 차였는데 그걸 살까 말까 고민 중이다. 어차피 사용법을 모르기 때문에 싸게 나온 걸 사는 게 장땡인 거 같기도 하고, 한국어 매뉴얼이라도 구할 수 있는 브랜드로 사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왔다갔다 한다. 
이번에 재봉틀을 사면 작은 파우치나 손가방 같은 걸 만들어 선물하고 싶기도 하고, 만만한 스커트 같은 걸 만들어 입고 싶기도 하다. 이 곳은 원단 값이 후덜덜인데 한국서 공수할까 어쩔까.

2. 남편이 자꾸 환자가 된다. 얼마 전에는 헤르페스(cold sore)가 생겼다. 진즉에 acyclovir 연고를 사려면 처방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던 바, cold sore에 유일한 일반약인 Abreva를 사왔다. (docosanol 10% cream으로 우리나라에는 제품이 들어오려다 말았던 적이 있더라.) 조그마한 약이 tax 포함 24불이나 하기에 좀 망설이다가, 실습하는 마음으로 지불했다. 늘 약을 살 때는 실습하는 기분이 된다. 남편의 표현을 빌면, 자신을 마루타 삼아 실습을 한다 하는데, 흠... 마루타가 협조를 잘 안 해준다. 결국 하루 5번 발라야 하는 연고를 하루 1~2번 쓸까 말까 하다가 어째어째 나았다.


Abreva가 서랍 속으로 들어갈 무렵쯤 배탈이 났다. John&Heejin 두 분으로부터 온 비상약 Peptobismol이 효과를 발휘할 때가 되었다. Bismuth subsalicylate. 교과서에서만 보던 이 약이 여기서는 무척 대중적인 약이다. 냄새가 너무 특이해서 걱정했는데 맛은 괜찮다 했다. 한 번 먹고 또 어째어째 나았다.


3. 캐약 공부에 탄력이 붙지 않는 것이 내 스스로 좀 답답하다. 시간 관리나 내용 정리나 많은 것이 아쉽다. 문득 스터디 모임을 통해 공부를 했던 지난 시간들이 기억이 났다. 같은 것을 읽고, 같거나 혹은 조금 다른 생각을 품고, 그걸 말하고 들으면서 공부가 내 것이 되던 시간들이었다. 그런 동료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다. '앎의 꼬뮨'이 그립다.

4. 무엇보다도 지난 몇 달간 내가 집중력을 발휘한 것은 가사일이었다. 우리 엄마는 내가 어릴 적에 가정/가사 시간을 그렇게 싫어했었다고 기억하시는데, 그건 사실이다. 굳이 변명하자면 남학생들은 기술/공업을, 여학생들은 가정/가사를 의무적으로 배우는 시대착오적인 커리큘럼에 반감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살림을 하면서, 먹고 사는 기술을 가르쳐준 가정/가사 시간이 정말 중요했고 필요했구나, 뼈저리게 깨닫는다. 그리고 뭔가 온전히 집중한 것 한 가지가 있구나, 이게 위로가 되어준다.

5. 내가 살림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개인 블로그들로부터이다. 요리, 빨래, 집정리까지 전문가의 수준에서 이 부분을 모범적으로 관리하고 계신 블로거들이 많아 바로 그들로부터 배운다. 덩달아 다른 이들의 사는 모습을 엿보는 기쁨도 있다. 그냥 남들이 사는 이야기도 재미가 있더라. 오늘 포스팅을 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6. 날이 따뜻해지면서 마음이나 몸이나 한결 부드러워진다. 옷이 가벼워지니 기분이 좋아 오늘은 산책을 다녀왔다. 제법 멀리 내려갔었는데 캐나다 집회현장을 만났다. 내용이 잘 파악은 안 되었는데 분위기는 한국의 촛불집회랑 비슷하더라. 손으로 쓴 팻말과 깃발과 카메라와 구호들. 집회에 참석한 동반견들의 비중이 높은 게 특징이라면 특징인 듯.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였다.

아래는 Toronto star에서 확보한 오늘 집회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