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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확신없는 자기긍정

글을 쓰겠다던 다짐이 무색하게 또 블로그를 비워두었다. 

사실 무언가 쓰다 만 포스팅이 줄지어 있다. 캐나다의 의료정보 헬프라인과 사이트들을 몇 개 정리하다가 그냥 두었는데, '역시 이 곳은 선진국이구나~' 하는 동경, 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 내 시선을 발견하고는 쓰다 말았다. 그리고 실전 시험에 해당하는 OSCE의 표준화된 복약지도를 접하게 되면서 그 포맷을 만들어 보다가, 더한 성실함을 발휘하지 못하고 또 접었다.

시험공부의 압박이 있긴 하지만 책을 좀 읽었다. 역시 시험을 앞두니 책이 훨씬 더 잘 읽힌다. ^^;;

이것은왜청춘이아니란말인가20대와함께쓴성장의인문학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 각국사회/문화 > 한국사회/문화
지은이 엄기호 (푸른숲,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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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이렇게조용히88만원세대새판짜기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 사회학일반 > 사회비평에세이
지은이 우석훈 (레디앙,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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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권은 '88만원 세대' 이후, 바로 그 세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의의가 있다고 하는 책들이다.
나는 올해 서른하나, 88만원 세대의 맨 앞 즈음에 있지 않을까 하는데, 그래서 이 책들에 등장하는 청춘들의 얘기는,실제로 내 친구들의 이야기이고, 지금과 같은 시대를 사는 나에게 많이 공감이 되는 이야기이다.

한편 내 친구들과 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내가 그나마 이 무한경쟁이 본격화되기 직전에 대학문을 통과했고, 면허증을 가질 수 있는 직업군을 확보함으로써 '잉여'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허지웅 씨는 '이제 세대론을 넘어서 계급적 연대와 계급적 요구를 해야 할 때(허지웅, 세대론을 넘어서서, 허지웅, 20대)'라고 하였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분야를 막론하고 20대가 처한 상황이 진퇴양난이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든다. 최근 캐나다 약사시험 카페에 찾아온, 입학한지 한 달이 채 안 되었을 약대 1학년생이라는 이의 현실인식은 이미 '한국에서 약사로 자리잡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계급 내에서는 역시 '잉여'인 건가...?)

어쨌든 나는 이 문제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할 깜냥을 갖고 있지는 않고, 그저 내 삶을 어떻게 살까 생각하는 데에 적용한다. 그것도 감성적으로. ^^ 벌써 3년 전인가, 처음 88만원 세대를 읽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시기에는 암울하던 내 사정과 그 배경이 오버랩되어 의기소침했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은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오고 말았는데 이제는 좀 근성이 생긴다 할까, 그런 느낌이다. 
이것을 좀 더 세련된 메시지로, 훨씬 더 의미있게 표현한 영상을 얼마 전에 발견했다. 붕가붕가 레코드 곰사장의 TED talk(고건혁, 확신없는 자기긍정). 비관적인 낙관. '우린 아마 안 될 거야...' 하는 비관적 현실인식. 그리고 그 속에서도 스스로를 긍정하고 낙관할 수 있는 힘.

아, 내게 필요한 건 바로 이런 모순적인 생각이었다...... 이 힘은 스스로 자기긍정을 찾을 수 있는 공간에 자리잡을 수 있게 할 것이고, 이 암울한 현실에서도 우정과 환대를 나눌 수 있게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