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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그 삶을 살기, 살아내기.

며칠 전에는 대학 동기였던 한 오빠에게서 메일이 왔다. 학교 다닐 적에도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고, 졸업 후 몇 년이 지났기에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하고 까먹었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사이다. 그런 그가 메일을 보내왔다. 졸업 후부터 계속 제약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하는데, 얼마 전부터 비영리 제약회사 설립을 기획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혹시 관심있으면 함께하거나, 건약에 내용을 공유할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보내지 않아서 좀 찾아봤다.

검색해 보니 그는 제약회사 근무자들 모임에도 그런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심히 자기고백적인,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어떤 상황인지, 자신의 구상이 무엇인지를 진솔하게, 대담하게 끄집어내어 놓은 글이었다. 놀랐다. 그걸 회사에 소속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얘기하다니, 도발적이었다. 

구체적인 얘기는 앞으로 좀 더 하게 될 것이지만, 호의적인 답변을 보내었다. 성공여부를 떠나 시도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인 것 같다. 기업에 있던 사람이니 아무래도 전문성이 담보될 것이라 기대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중을 향해 그런 고백을 하고, 적극적으로 동지를 찾는 그가 감동적이었다. 마치 김예슬선언 같다면 과장인가.

그 일 때문인지,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요즈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글을 쓰기에 앞서(혹은 동시에), 바로 내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석훈샘이 사회과학방법론 강의를 통해 만드신 '습작당'에 나는 마음만은 속해 있는데, 우샘도 예전에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책을 쓰는 과정'은 '저자가 사회적으로 의미있어지는 과정'이라는 말이다. 글을 쓰는 행위나 그 결과물에 병행되는 저자의 삶이 있다는 것 같다. 

남편은 '제너럴닥터'에 관심을 보이는 나에게 '제너럴약국'을 하라고 농담처럼 얘기한다. 
내가 살아낼 '그 삶'은 어떤 모습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