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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2010년이 가는 길에 서서, 내 다음의 목표.

작년 이맘때에 나는 결혼 준비와 20대를 보내는 준비, 보고서 마감으로 바빴던 기억이 난다.
12월 31일에는 회사에서 눈덮인 청계산 등반을 갔고, 회식을 했고,
민아와 만나 종로에 한복을 보러 갔고, 경연선배와 저녁을 먹으며 나의 20대를 마무리했었다.
한 2년간 수틀려있던 것들이 풀려가던, 결혼과 연구소 퇴사, 연말의 흥분된 분위기 속에서 안정을 찾아가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많은 변화가 있었던 2010년도, 간다.
1년 전에 군인이었던 그와 결혼을 했고, 한달 단위로 무려 다섯 차례나 공간을 옮겨(서울-부산-유럽-일산-토론토), 
이제 이곳에 있다. 

분명 지금의 내 시기는 삶의 변곡점임에 틀림이 없어서, 앞으로의 삶을 구상하는 일에 아무래도 관심이 간다. 
당장의 나는 살림에 버닝하고 있고, 캐나다 약사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일들은 내 삶의 이유나 목표가 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말하자면 이 일들은 삶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그것을 기쁨으로, 재미로 만드는 배움의 과정이고, 또 캐나다를 발견하는 도구이자 부족한 약학지식을 보충하는 시간인 것이다.

한동안 나의 다음 목표로 출산과 양육을 고려했다. 그러자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그러고 있더라. 나이도 적지 않고.. 뭐 이러저러해서. 그런데 출산과 양육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어서, 남편의 속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또한 부모가 될 준비가 필요한데 그에게는 지금 별로 여유가 없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출산과 양육이라는 과제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인간으로 살지'보다 '어떤 부모로 살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또한 부모가 되는 행복을 맛볼 기회는 내가 원한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도 해서, 여차저차 인생의 다른 목표를 찾아보고 있다.

막연하게는 '글쓰기'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고, 구체적인 키워드를 뽑아내지는 못하였지만 내가 살아온 흐름상 '약'과 '건강'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 같다. 최근 몇 년 간 나와 가장 많은 대화를 하는 사람은 남편인데 남편이 '주체'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 또한 절로 '주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아마도 '약물의 risk(위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며, 보건사회학에서 배운 '생애사' 연구나  만성질환관리정책 공부모임을 통해 얻게 된 '환자조직'에 대한 인지도 그 흐름을 만들어주고 있다. '인간적인 진료'를 표방하는 '제너럴닥터'도 진지하게 연구해보고 싶다.

아직 막연한 단계이지만, 이 흩어진 관심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찾고, 이것으로 어떤 작업을 하는 것이 아마도 내 인생의 다음 목표가 되지 않을까 한다. 남편이 나를 '우석훈샘 빠'라고 하는데, 우샘의 존재가, 특히 '습작당'이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 게 사실이다. 아직 받기만 하고 공유하지 못하고 있지만, 시간을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나도 나만의 속도가 있다.

어제밤 갑자기 남편과 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늦게야 잠이 들었다. 꼭 시험치기 전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후후
때로 시험공부나 하라고 닥달하면서도, 나의 이런 이야기를 늘 진지하게 듣고 조언해주는 남편에게 참 고맙다.
이제 공부해야겠다. ㅋㅋㅋ

아, 막상 캐약 체험기를 쓰겠노라고 예고편까지 날려놓고는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 시험 개괄부터 한국과의 차이까지 여러 가지를 생각만 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고는, 최근에는 1월로 다가온 1차 시험 준비로 마음이 급해져서 미뤄두었다.
신년은 말한 것들을 실행해 옮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