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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신혼

둘이 가는 여행

부부로 함께 사는 삶이 마치 여행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유독 '떠나는 삶'을 모토로 삼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와 나는 계속해서 어디론가 떠나고, 그 곳에 속하고, 또 떠난다.
진주와 서울을 오가는 여행에 이어 서울과 부산을 오가고,
한동안 유럽과 일산에 머물며 탐구하다가 이제는 캐나다로 간다.

집을 부동산에 내놓고, 여기서 만난 일들과도 또 결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솔직히 즐겁고 행복하게 세팅했던 신혼살림을 하나씩 정리하는 일은 아쉬운 일이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우리가 남해의 기억을 더듬고 유럽을 추억하듯, 일산을 떠올리게 될 거다.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탐색해 이 곳에 들어왔고, 조금씩 이 곳을 발견했던 것과 같이,
캐나다 어떤 곳에도 또 살포시 들어가 살아가게 될 거다.

여행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메리 올리버의 "여행(The Journey)"에서처럼, 마음먹은 순간,
"당신을 둘러싸고 있던 목소리들은 불길한 충고를 하고, 온집안이 들썩이고, 오랜습관이 발목을 잡고,
목소리들이 저마다 인생을 책임지라고 소리치..."는 순간이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것, 그게 여행이다.
나의 과거로부터, 나의 익숙함으로부터.
그렇게 떠날 적에, 천천히 깨닫는 거다.
"늘 곁에 있던 그 목소리가 바로 자신의 것이었음을."

그렇게 나는 부산에서 울산으로, 울산에서 또 서울로 왔고, 또 그를 만났다.

헌데 요즘은 나의 불안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을만큼, 나의 용기는 점점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를 따라 일본행 비행기를 탔을 때부터, 그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서고, 이제 캐나다로 향하기까지, 
쿠쿠 그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정말 둘이 되고 보니, 두 배의 격려와 배려로 힘을 낼 수도 있고, 두 배의 경험치를 한번에 가질 수도 있더라.
이러니, 정말 떠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