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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13주차 엄마되는 중.


8월 중순, 이제 13주차 태아의 엄마가 되었다.
3개월까지의, 조심할 것이 많은 시기가 가고, 4-7개월의 폭풍 식욕과 태교의 시기를 맞고 있는 중이다.

아가의 태명은 '장박사'인데,
아빠가 '예비 장박사'인 것에 비하면, 아빠보다 고학력인 아가다.

태명은 아기가 생기기 전부터, 우리의 대화 속에 '미래의 아기'로 등장하게 되면서 '장박사'로 불렀다.
조그맣고 이쁜 느낌의 태명을 짓지 않은 것은, 우리가 예비 엄마아빠로서 아기를 맞을 준비를 했다기 보다는,
언젠가 운명처럼 우리와 함께할지도 모르는, 막연한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일반명사이던 장박사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제일 처음 임신진단 테스트를 했을 때,
테스트기의 임신선이 너무나 연해서 임신여부를 판별해내기 어렵자,
함께 궁리하던 남편은 이렇게 외치기도 했다. "박사가 아니라 석사네!" 라고....-_-;;;

어쨌든 10배쯤 더 비싼 Sensitive pregnancy test kit 을 이용해 장박사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서부터는,
한동안 어리둥절했던 것 같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고 실감도 못해서 축하를 받아도 어리둥절..했다.
다행히 한국에 오면서 여러 조언도 듣고, 축하도 듣고,
마음 편하게 병원도 가고, 책도 사 읽으면서 우리는 점점 부모가 되는 중이다.

지난주 남편이 토론토로 먼저 떠나기 직전에는, 산부인과를 함께 방문해 박사의 모습을 함께 보았다.
초음파 화면으로 5cm 남짓 되는 자그마한 몸에 팔다리가 보였다.
씩씩하고 안정된 심장소리와 그 작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는 소리도 들었다.
 
아빠는 감격에 겨운 작별인사를 했다고 한다.
두 달 남짓 떨어져 있기로 한 동안 아빠는 지금도 매일같이 박사의 안부를 묻고 인사를 전한다.

나는 요즘 퇴근 후에 '아빠가 들려주는 세계의 자장가 CD'를 박사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이 CD는 목수정가 딸 칼리에게 들려주었다던 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박사가 생기기 전에 토론토 중고 음반가게에서 구한 것이다.

우리 박사도 칼리처럼 "나는 커서 햇님이 되고 싶어요." 했으면 좋겠다. ㅍ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