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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나의 취미


취미가 생겼다. 진짜 취미라 할만한 것이 얼마만에 나타난 것인지 모르겠다.

패브릭을 갖고 이것저것 만드는 일인데, 디자인을 구상하고, 원단을 골라 재단하고 바느질을 한다.
재봉틀이 있으면 더 많은 작업을 하겠지만 기계가 없기도 하고, 사용법도 몰라서 그냥 손바느질로 해오고 있다.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리고 무엇보다도 우글쭈글 삐뚤빼뚤 안 예쁘게 되는데, 그냥 봐 줄만 하다 싶다.


처음 하는 외국 생활이 산뜻하고 기분 좋으려고 시작했던 거실 커튼이 그 시작이었다.
작품 구상만 몇날 몇일을 했고 결국 원단을 사러 가서 또다시 디자인을 수정한 다음 작업에 착수, 양쪽을 만드는데 일주일이 좀 안 걸렸던 것 같다. 한국서 올 적부터 커튼을 만드리라고 구상하다 시작한 작업인데 직접 해 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애착도 가고 얘기거리도 되고. 자신감도 얻고.

첫 작품 거실 커튼

첫 작품 거실 커튼



그 다음에는 허전한 주방 창에 커튼을 달았고, 거기에 맞춰 주방 작업대에 보를 씌웠다.
좀 더 산뜻한 red를 추가했고 작은 커튼이라 더 가벼운 소재로 했다.


두번째 작품 주방커튼과 테이블보



이어 집 분위기에 전혀 안 어울리던 TV 스탠드를 가리려고 커버를 만들었다. 이 커버는 마음 속으로는 아직 미완성인데, 아래쪽에 프릴이라도 달아주고 싶은 마음을 아직 참고 있다.

세번째 작품 TV 스탠드 커버



최근에는 남편의 주문으로 아이패드 키보드의 커버를 만들었는데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다. 
처음으로 지퍼를 달고 안감, 겉감을 연결하느라 난해했던 작업. 아마추어 티가 많이 나는데 나중에 만회할 길이 있을 것이다.

키보드 커버 이후 자신감이 생긴 나머지 이번에는 운동가방을 만들었다.
창작의 기쁨을 제대로 맛본 작품이다. 원래 남편 도시락가방과 수저집을 만드려고 방수원단을 보러 갔다가, 안감으로 사용한 비비드한 오렌지색에 꽂혔다. 갑자기 색깔 매치가 절로 이루어지면서 원단 두 종류를 질렀다. 물가 비싼 캐나다에서 클리어런스 세일의 덕을 톡톡히 봤지만, 부자재값도 만만찮았다. 어쨌든 가방에 들어간 원자재값만을 계산해보니 15불 정도 되는 것 같다. (취미생활에는 돈이 드는구만..)
마침 오렌지색이 들어 있는 예쁜 라벨이 있기에 하나 달아 주고 안 쪽에는 지퍼 주머니도 하나 붙였다.
운동가는 거 기대된다. ^^*

다섯번째 작품 운동가방

다섯번째 작품 운동가방



남편은 '바느질'이 재미있느냐고, 힘드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그런데 요즘 깨닫는 것은, '바느질'보다는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이 제일 재미나다는 것이다. 아이템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소재와 색깔, 디자인의 원단을 고르고, 또 어울리는 부자재를 찾아 매치하고, 그리고 내 머리 속에만 있던 완성품을 현실에서 만나는 것. 그것이 재미나다. 

손가락이 초쿰 아파서 잠깐 쉬고 다음 작품을 해볼까 한다.
미뤄두었던 남편의 도시락가방과 수저집이 그것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