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년에/신혼

신혼살림 일주일째

오늘 4월 27일.
일이 없어 집에서 한잠 늘어지게 자고, 청소를 하고 샤워를 한 뒤 책상앞에 앉았다.

벌써 결혼한지 한 달이 넘었네. 후후
이제야 나의 '결혼식기간'은 마무리되어 가는 모양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부산으로 내려가 이런저런 준비를 함께 하고, 행복하고 완벽한 결혼식을 치르고,
3주에 이르는 신혼여행을 다녀와 인사를 마치고, 신혼집으로의 이사와 더불어 '둘이 하는 살림'을 시작했다.
이른바 '결혼식기간'이었다.

너무 많은 변화가 한 번에 찾아 오니, 적응하는 데에 엄청난 에너지가 든다.
그나마 회사 일을 쉬고, 아직 다른 일을 시작하지 않은 나는 좀 괜찮은데,
여독이 채 풀리지도 않은 채, 곧바로 교사 일을 시작한 신랑은 체력이 부치는 모양이다.
안쓰런 마음에 약국에서 고가 피로회복제도 사오고, 끼니도 거르지 않고 챙겨 먹는 중이다.

우리집은 오피스텔에 단기로 차린 살림에 비하면 거의 완벽한 주방을 갖춘 덕분에, 이런저런 먹거리로 영양 보충을 하는데 무리가 없다.
게다가 요즘은 웰빙식단이 대중화되어서 좋은(유기농/무농약) 식재료를 구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더라.
특히 주거지가 몰려 있는 신도시 일산에서는 더욱 그렇다.
주1회 정도 근무할 약국 바로 옆에는 '초록마을'이 있고, 버스 한 정거장 거리에는 '한살림생협'이 있어서,
유기농 찹쌀과 현미, 옥수수차를 구입해 보았는데,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한살림에 가입해 배달도 받아보아야겠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제법 '아줌마로 살기'에 적응한 것만 같지만, 사실 나는 아직 방황 중이다.
당장 가계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감각이 없고,
새로 생긴 가족들과 친밀감을 만드는 일이 아직 어렵고,
농산물을 벗어나 해산물과 육류로 요리의 범주를 넓여야 할 과제를 안고 있고,
무엇보다도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같이 사는 것이 아직 낯설다.

그도 마찬가지일테지만,
당장 주말과 평일저녁에 생기는 개인적인 스케줄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헷깔리고,
집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가 애매하다.
'나만의 시간'과 '둘이 함께하는 시간'의 경계가 모호하다.

요즘의 시간은 이런 여러 가지에 적응하면서, 내 삶에 균형을 잡아가는 시간이다.
커피 한 잔 들고 창가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래서 신혼초기 생활이 중요하다고 하는가 보다.

시간이 벌써 늦은 오후가 되니, 마음이 급해진다.
음식쓰레기를 버리고, 요앞에 어제 산 물건을 교환하러 다녀와야겠다.
우리 신랑은 언제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