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내팽개친 채 지내온 것이 어언 넉달이 되었다.
그 사이 천사아기 박사는 세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목을 가누고, 발차기나 윗몸일으키기 같은 기술을 터득하고,
울음과 웃음으로 자기를 표현할 줄 알며,
다양한 발성을 시도하며 모빌 같은 유희를 탐닉하고 있다.
쌍꺼풀과 속눈썹을 필두로, 제법 여성스러움이 돋아, 돌보는 재미가 있다.
새초롬 세은. 백일이 일주일 지난 주말.
블로그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은,
우왕좌왕했던 내 생애 첫 분만, 무한한 기쁨이자 험난한 과정인 모유수유, 부모가 된 소회,
뭐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기록에 남기려던 것이었는데,
후후, 역시 욕심이었다.
오늘은 백일이 넘게 흐른, 그간의 시간을 뭉뚱그려 포스팅 하나 겨우 남겨야겠다.
백일을 지나고 난 후, 내가 느끼는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안도감'일 것이다.
세상에 첫발을 뗀 아가는 건강하게 적응해가고,
처음으로 엄마아빠가 된 우리 둘은, 체중이 줄어들고 다크서클이 면적을 넓혀갈지언정, 하루하루가 몇 배로 행복하다.
인생에 새로운 의미가 하나 더해져 각자의 삶이 더욱 풍성해짐을 느낀다.
우리의 인생에 딸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온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블로그는 다시 잠정 휴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