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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30주. 그간.

30주를 지나고 있다.
8개월에 태동이 가장 많이 느껴진다고 하는데 정말 깜짝 놀랄 정도다. 
뭐 발차기나 구르기 같은 태권도 기술은 벌써 연마했고, 엄마 배에 손을 댄 아빠와 하이파이브도 가능하다.
핫초코 같은 단 음식은 폭풍 태동을 부르는데,
한동안 그렇게 단 음식을 찾더니 이제는 고기로 취향을 바꾸어 당분간 폭풍태동은 줄어들 전망이다.

그 사이 나는.
임신성 당뇨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했으나, 철분 수치가 낮아 철분제 추가 복용을 시작했고,
미드와이프 세라의 권유로 DHA가 많이 든 오메가3와, 눈오는 날이 많은 토론토 기후에 맞추어 비타민D도 먹기 시작했다.
미드와이프와는 2주에 한 시간 정도 만나는데, 그 날은 일대일 영어과외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뭐 그렇다.
그래서 약속 시간이 변경되고 심지어 약속이 펑크가 나도 "That's OK."다.

이제 배가 제법 많이 나와서 남편 말로는 내가 걸을 때 뒤뚱거리는 것 같다고 한다. 
이제 사람들도 많이 알아보고, 마트의 점원이나 엘리베이터의 동승자들도 내 안부를 묻기 때문에, 대답을 준비해두고 있어야 한다.
"How far?"하면 "8-month."라고 답해주고, "How are you?"에는 "Great." 하겠는데, "How do you feel?"하면 좀 긴 대답을 원하는 것 같아서 생각을 좀 해야 한다. "I'm happy."는 너무 유치원생 같지 않은가. ;;;; 

캐나다는 복지국가라서 나 같은 외국인에게도 자녀양육비를 보조해준다.
우리는 '최저소득군'에 속하기 때문에 매달 $480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부모가 모두 공부나 일을 하고자 하면, 갓난 아기부터 미취학 아동의 데이케어 비용도 보조해준다.
이것도 매달 $1500 정도 되는 것 같다. 이건 웨이팅이 좀 길기는 하지만, 출산 전부터 지원해놓고 기다리면 된단다.
그래서 미리부터 데이케어센터에도 몇 군데 컨택하여 웨이팅을 걸어두어야 하는데 아직 시작은 못했다.
요 정도의 정보를 알아내는데 몇 주 걸렸고, 아마 실제로 신청을 하는데 몇 주 더 걸릴 것이다.

아기가 차를 타면 '카시트'가 필수여서, 미리부터 신생아용 카시트를 준비했다가 출산 직후 병원에서 데려올 때 카시트에 눕혀 데려와야 한다. 간호사가 벨트를 잘 채웠는지, 카시트의 제조일자가 적절한지를 확인한다. 
남편은 내가 갑자기 진통이 오기 시작했을 때 차를 어떻게 렌트해 이동해야 할지가 큰 고민인데, 미리 두 번 정도 렌트카를 이용해 직원과 안면을 텄고, 도로교통법도 이제 감을 좀 잡았다.

렌트카를 이용해 토론토에서 가장 큰 한국마트에 처음으로 다녀왔다. 남편은 막걸리 DIY 세트를 사서 책상 밑에 두고 막걸리를 발효시키며 일주일동안 즐거워했다. 어제는 오뎅탕을 끓여 시음까지 하고 '토론토 장인의 찰스 막걸리'로 이름붙였다. 막걸리에 어울리는 다음 메뉴도 구상 중이다. 나는 쿠쿠전기압력밥솥과 현미쌀을 사와서 처음으로 현미밥을 먹는데 먹을 때마다 그 까슬까슬한 식감에 아주 흡족하다. 한국마트는 삶의 질을 높여 준다.

이사하자마자 짐 정리를 바로 해버리기 위해 중고 서랍장과 조립식 책장을 구입했고,
한국 스타일 놀이방매트를 구하고 싶어서 수소문하다가 L*화학의 가장 비싼 매트만 캐나다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을 알고 좌절했었는데, 지난 주 우연히 마트에서 'made in Korea'인 플레이매트를 발견하고 세 개나 사다가 모셔두었다.
조립식 책장과 매트를 카트에 싣고 둘이서 낑낑대며 다운타운 거리를 걸어오던 기억은 아마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지나던 사람들 몇 명이나 '도와줄까' 물어보았고, 실제로 카트 바퀴가 보도 사이에 끼었을 적엔 여러 사람이 도와주었다. 우리는 그저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아...

얼른 박사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