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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25주. 다음 이사


이사전문부부인 우리는 또 진작에 다음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_-;;;
지금은 원룸형태로 된 콘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아기와 우리의 생활패턴을 각각 유지하기에 '방'이 필수적이다.
One-bedroom과 Two-bedroom을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 절충형인 Large one-bedroom으로 결정, transfer 신청을 한 게 어언 넉달 전이다.

급한 우리 마음과는 달리 오피스에서 서둘러 주지 않기에, 남편과 내가 번갈아 가서 진상질을 몇 번 했다.
나의 '배내밀고 가서 영어 못하는 척 하기' 전략은, 얘네들이 보기에 내 배가 너무 작았던지, 별로 효과적이지 않아서, 
남편이 가서 'human right'까지 들먹이고 나니, 관리자 명함을 주면서 여기로 연락해보라 했다. 
글 잘 쓰는 남편은 감정을 최대한 죽이고, 최대한 공손하고 예의를 갖추어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메일을 보냈고, 
깐깐한 아줌마로부터 standard one-bedroom 하나를 제안받기에 이르렀다. 분만예정일 2주 전에 간신히 이사할 수 있단다.
다시 한 번 원베드/투베드 논쟁을 며칠간 지속하고 나서 다시 연락, 이번에는 드디어 Large one-bedroom도 하나 받았다.

어제 결국 두 곳을 모두 둘러보고 결정을 했다.
사실상 마음의 결정은 다 해두었고, 실제 집을 둘러본다는 느낌으로 가 본 것인데,
이사가기로 한 집 주방에서 남편은 그만, 못 볼 광경을 보고 말았다.

총 세 마리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한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종의 바퀴였다. 충격받은 남편의 표정이란...

이 건물 자체가 워낙 오래되고 다양한 문화권의 다양한 패턴이 공존하다 보니 바퀴는 이 건물 전체의 심각한 문제라고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도 입주할 때 방역을 해주고, 우리도 자체 재발방지 방역을 실시하니 별 문제 없이 1년을 지냈다. 
이번 집은 고층 남향에, 우리집과 같이 복도 끝집이라, 비교적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오늘 마주친 바퀴들의 위력은,
영스트릿을 따라 온타리오 호수 끄트머리까지 보이는 근사한 전경과,  
예상치 못할만큼 넓은 주방과 거실,
현재의 북향집으로서는 상상 못했던 훌륭한 채광 이 모든 것을 상쇄하고,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 오피스에 결정 통보를 하루 미루게 했다.

남편은 한 번 저항을 해보고자 했지만, 그러나 우리가 또 어디로 갈 수 있겠는가.
이내 마음을 다잡고 새 집에서의 삶을 기대해야지.
2월 1일이다. 다음 이사는.

2월의 다이나믹, 볼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