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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25주. 미드와이프 vs 닥터


이 곳에서의 분만 옵션은 두 가지다.
한국의 조산사와 비슷한 개념인 미드와이프와 집/병원에서 자연분만하는 것, 
그리고 병원급에 소속된 산과 전문의와 병원에서 분만하는 것.
두 가지 모두 주정부보험(OHIP), 또 내가 속한 대학보험(UHIP)에서 모두 커버해준다.

이미 임신 21주에 이 곳에 온 나는, 나를 맡아줄 산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한국인 엄마들로부터, 학교의 Family Care Office 담당자로부터, Walk-in Clinic 의사와 refer 담당자로부터.
아마도 산과 전문의(Obstetrician)의 경우 분만 시기별로 담당할 수 있는 산모의 수가 정해져 있는데, 그 수를 넘기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꺼려지는가 보았다. 
그래서 내가 했던 것은 큰 병원에 접촉을 해줄 Walk-in Clinic으로부터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 하나와,
집에서 다닐 수 있을만한 거리의 미드와이프 오피스 waiting list에 이름을 올려두는 것이었다.

운 좋게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 두 곳으로부터 약속을 잡았다. 하루 간격으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아주 큰 병원의 Family Medicine 닥터..
그리고 심리적/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미드와이프 오피스.
내 얘기를 들은 많은 사람들이 'You are so lucky!'라고 했다.

먼저 미드와이프 Dione을 만났다. 안락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오피스는 일단 신뢰감을 준다.
아마도 6주가 채 안 되었을 갓난쟁이를 데리고 온 부부가 상담실에서 나오더니,
우리 앞에서 모유를 먹이는 아름다운 광경도 보여준다.
다음이 우리차례. 오피스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듣고, 나의 임신과 관련한 여러 가지를 체크했다.
한국서 가져온 진료기록과 더불어 혈압도 재고, 자궁 크기도 재어보고, 박사의 심장소리도 확인했다.

내일 만나게 될 닥터와의 분만과 더불어 아직 고민 중이라고 했더니 몇 가지 얘기를 해준다.
사람들이 말하는 장점은 편안하고 충분한 상담/교감,
분만이 임박해오면 서로 긴밀하게 연락하다가, 분만을 내 담당 미드와이프가 직접 해준다는 것(2-3명이 함께),
그리고 출산 후 6주까지의 케어기간 중에 3-4차례 집에 와서 아기의 상태를 체크해주고 모유수유도 도와준다는 것.
더불어 자기네가 담당하는 것은 저위험 산모의 경우에 한해서이기 때문에,
태반의 위치라든가 임신중독증 등등 위험도가 높아지면 전문의에게 보내진다는 것까지.

친절하고 편안한 상담 끝에 돈 한 푼 내지 않고 오피스를 나온다. 놀랍도록 안정감을 주는 그 분위기가 참 신기하다.

그리고 다음날, 닥터 Karen을 만났다.
매우 큰 병원 규모에 비해, Family Practice Unit은 외래 중심으로, 우리가 갔던 walk-in-clinic과 비슷한 분위기다.
앞의 진료가 길어졌는지 20분 정도 지체된채 닥터와 만난다. 그녀는 나보다 더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다. 후후
12월에는 다른 사람이 자기 환자들을 맡게 된다고 했다.
Family doctor이지만 prenatal/postnatal care를 하고, delivery는 다른 obstetrician과 함께 할 거라고 했다.

한국에서의 진료기록과 검사결과를 하나하나 확인해 입력하고, 약물/음식 알러지 여부, 유제품을 매일 먹는지,
무려 8년 전 비염 레이저 수술을 받은 것까지 꼼꼼하게 기록하고는, 평소 때 무얼 하고 지내는지까지 물어본다.
주로 살림하고, 캐나다 약사시험 공부도 한댔더니, 한국에서 약사로 일할 때 약물에 exposure된 적이 없는지까지 확인한다.
이 정도 되니까 좀 감동..ㅠ

Dione과 똑같이 혈압, 자궁크기, 심장소리를 체크하더니, 
자기와 check-up을 계속하기로 결정한다면, 3주 후 만나기 전까지 혈액검사, 임신성 당뇨검사를 받아 오도록 오더를 준다.
조금 더 활기차고 흥미진진한 상담이다. 역시 돈 한 푼 내지 않고 병원을 뜨면 되었다.

집까지 남편과 걸어오면서,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으면서, 계속 고민을 했다.
사실 두 사람을 만나고 나면 호불호가 갈리고 판단이 설 줄 알았는데 안 그랬다. 가능하다면 경험삼아 둘 다 하고 싶었다.
교과서적이고 표준적인 진료가 깊은 신뢰를 주고 안정감을 주니, 어느 쪽으로 가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가기 전부터 마음이 가있던 미드와이프와 진행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좀 더 여유롭게 충분히 교감을 할 수 있다는 점과, 분만 후 집에 와서 check-up을 해준다는 점이 기대된다.
나로서는 누군가와 영어로도 친밀해지는, 이전에 별로 없던 경험도 할 수 있을 거 같다.

분만은 병원에서 하기로 진즉에 결정했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home-birth를 하는 사람도 많기는 하지만,
병원에 가는 것이 남편의 심리적 부담도 덜할 것 같고... 아프면 무통주사도 맞을 수 있고...
이러저러해 병원으로 간다. 재밌는 건 특별한 문제가 없는 산모의 경우 분만 후 3시간 이후에는 병원을 떠나야 한다는 원칙.
3시간이라니, 후덜덜이지만 집에 와서 미역국먹고 쉬지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