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년에

21주 임산부 워크-인 클리닉 방문

Thanksgiving 연휴가 끝나고, 오늘 드디어 워크-인 클리닉 방문에 성공했다. 
이 곳에서는 전문의를 만나려면 family doctor나 general practitioner의 refer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가정의/일반의를 만나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는 아직 family doctor 등록을 하지 않은 뚜벅이들이므로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워크-인 클리닉(walk-in clinic)으로 갔다. 

우리는 이민자가 아니라 유학생 신분이어서 세금으로 보장되는 OHIP(온타리오 건강보험)이 아니라, 보험료를 기반으로 하는 UHIP(University Health Insurance Plan)의 적용을 받는다. 다행히 보장 내용은 OHIP과 동일하기 때문에 보험료만 내면 웬만한 의료비는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고보니 오늘도 돈은 전혀 내지 않고 왔다.

오늘 갔던 Bay College center(http://www.lockwoodclinic.com/)는 피부과, 산부인과, 내과 등등 다양한 전문과목과 진단센터를 갖춘 제법 규모가 있는 클리닉이었는데, 사람들도 모두 친절하고 시설도 편리해서 마음에 무척 들었다. 반갑게도 한국인 일반의 선생님도 한 분 계시는데 장장 14일 간의 휴가에 들어가셨다고 영어와 한국어로 적어놓았다.

체인 약국인 Rexall pharmacy가 연계되어 있었는데 말하자면 이 곳은 '조제전문약국'인 셈이어서, 처방전에 따라 약을 받아가는 익숙한 풍경도 지켜볼 수 있었다. 약장엔 우리집에도 있는 책(CPS)도 꽂혀 있고, 약국 규모도 크지 않아서, 진료를 기다리던 두시간동안 약국을 지켜본 느낌으로는, 당장 투입되어도 일할 수 있을 것만 같은ㅋㅋㅋ 느낌이었다. 

두 시간을 기다려 진료실로 들어가니 가운을 입지 않은 채 청진기만 목에 건 의사샘들이 각자 2~3개 진료실을 드나들며 환자들을 커버하고 있었다. 간단한 진단장비, 검사도구들과 침대가 있는 진료실에서 또 한참을 기다린다... 간호사가 먼저 와서 어떤 문제로 온 것인지 묻고, 영어가 서툰 것을 보자 모국어가 뭔지 묻는다. 필요하면 번역 내지 통역도 가능하다는 것 같다. 또 다시 기다린다...

21주 임산부의 진료는 간단했지만 무척 세심했다. 간호사와 의사가 번갈아 몇 번씩 들어와서 혈압을 재고 마지막 생리시작일(Last period date)을 묻고, 태동(baby movement)이 있는지, multi-vitamin을 복용하는지, 분비물이나 출혈은 없는지(discharge, spotting) 확인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 그 미녀 의사샘은 'so cute!' 하고 외쳐 주시고...ㅋㅋ 의례적이라 생각한 소변검사 결과에는, 뜻밖에 질소(nitrite positive)가 나와서 세균 배양을 의뢰한다고 했다. 만약 요로감염이 있으면 하루 뒤에 연락준다고 항생제를 시작하자고... OTL... 별 일 없기를.

사실, 보다 중요한 것은 산과 전문의(obstetrician, 의사는 baby doctor라고 하더라..)를 만나는 일인데 21주 정도 되면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미리 언지를 주고, 며칠 내로 연락 준다고 했다. 아마도 근처의 가장 큰 병원인 St. Michael hospital에 보내주는 듯한데 그 곳엔 한국인 산부인과 선생님도 계시지만 아마 그 분은 담당 한국 산모들이 넘쳐나므로 나한테까지 기회가 오지는 않을 것으로 각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항생제를 먹으려면 처방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싶어서 처방전 받으러 다시 갔다가ㅋㅋ 재차 '연락주겠다'하는 답만 듣고 왔다. 생각해보니 이 곳엔 의사가 약국으로 전화해서 오더하는 '전화처방'이라는 제도도 있고 뭐... 꼭 종이처방전을 받을 필요는 없는가 보았다.

그러고보면 재미난 일인데, 이전에 들렀던 캐나다의 공공기관에서는 나를 대하는 사람들에게서 '미소'를 본 적이 별로 없다. 정중하지만, 딱딱했다. 한국의 "사랑합니다, 고객님"에 길들여진 나로서는 때로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돌아보니 매우 다양한 인적 구성을 갖고 있던 오늘의 클리닉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대해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캐나다 생활 1년만에 처음 '환자되기'라 어리버리 개발새발이었는데도, 그들의 따뜻한 눈빛이 전혀 우리를 주눅들지 않게 해준 것 같다. 게다가 진료는 어찌나 교과서적인지. 왠지 고마운 마음이 든다. 오히려 흥미진진한 경험에 남편과 함께 눈을 반짝이며 탐색하고, 귀를 세워 들었다. 졸지에 전화영어를 두 건이나 예약해두고 온 셈이라 며칠간 초쿰 긴장이 되겠다. 다음번에는 종합병원 탐험도 하게 되니 역시 재미를 느낀 남편이 꼭 같이 가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