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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옴.

방치했던 블로그에, 오랜만에 접속을 하니 휴면 계정이라 한다. 

나에게서 멀어졌던 내 공간에 들러주시고 흔적을 남겨주시는 분들이 있어 조금 죄송한 마음이 든다.

출산 이후로는 4-5개월에 포스팅 하나씩 남기게 되었던 듯...


블로그에 찾아오는 분들의 상당수는 캐나다 약사에 관심이 있으시고,

그러다보니 약사분들도 많고, 우연이지만 지인들이 들러 댓글을 남기시기도 한다.


그리고 토론토 유학생활과 패밀리하우징이 또 다른 관심사.

역시 좁은 곳이라 블로그를 통해 맺은 인연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곤 한다.


이렇게 캐나다에 발붙이고 산지가 어느덧 3년 반이 되었다. 

느리지만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캐나다 시스템에 많은 신뢰가 쌓였고, 네트워크도 조금은 생겼다.


이제 약사가 되는 과정도 거의 끝내고 스튜던쉽과 인턴쉽으로 약국 현장으로 진입하는 일만 남았다.

정착할 것인가,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가 하는 고민도 점점 깊어진다.


캐나다의 '느림'이 나와 잘 맞다고 말해 왔으면서, 나는 이제 한국에만 있는 어떤 면들이 그립고 아쉽다.

모든 것이 밀집되어 있고, 편의성/신속성이 우선시되고,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

나는 생각보다 많이 익숙해 있고, 그것의 혜택을 적지 않게 누려 왔던것이다.


실은 삼주간 한국에 다녀왔다.

내게 익숙한 소비-식료품과 공산품을 사는 것에서부터, 손쉬이 의사를 만나 필요한 서비스를 해결하는 것 등등-을 마음껏 누리고 왔다.

사전에 조사하고 교통편을 준비하고 예약을 하는 과정 없이, 단 몇 분의 기다림도 없이, 

예상치 못한 할인과 사은품, 무료 배송, 그리고 소비자로서는 기대치 않았던 멋진 아이템들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멋진 소비의 천국에서, 나는 행복했고 생동감을 느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앞으로 남편의 졸업과 같은 특별한 계기가 생기기 전까지, 

향후 우리의 삶의 터전을 어디로 삼을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 같다.


어쨌거나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눈 덮인 영하 20도 토론토로, 초특급 귀요미가 된 24개월 딸과 함께 컴백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