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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신혼

중고 가구와 만나기


중고가구를 구매한다는 것, 한국에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은 일이다.

딱 한 번 중고시장을 이용한 일이 있는데,
5개월을 살았던 신혼집에서 집들이를 해야 하겠기에 고민고민 하다가 2만원에 나온 교자상을 산 적이 있을 뿐. 
그것도 교자상 정도였으니 택배비 6천원쯤만 부담하니 아무 문제 없이 배송이 되었다.

이 곳에 오니 여러 가지 이유에서 중고 물품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 곳 물가가 비싼데다 세금이 13%나 되어서, 
저렴한 새 가구는 엄청난 배송료가 따로 들어서, 
또 오래 머물 것이 아니어서.

나와 비슷한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중고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충족시켜 주고 있는 덕분에, 중고거래는 매우 활발하다.
다음의 유학생 커뮤니티인 캐스모 중고장터를 이용하거나 토론토의 '벼룩시장'쯤 되는 'craigslist'를 이용하면
못 구할 것이 없다.

허나 중고물품은 대부분 주인이 저렴하게 내놓고, 사는 사람이 알아서 가져가는 식으로 거래된다.
차가 있으면 별 문제가 아니나, 우리처럼 차가 없는 경우 참 난감해지곤 한다.
그래서 가벼운 식탁 의자 정도는 지하철로 옮기고,
이민 가방에 넣어 밀고오려던 TV는 우천 관계로 택시를 이용하고,
운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인 라이더에게 부탁해 배송해 오는 식으로 해결한다. 

재밌는 것은 중고거래 덕분에 이 곳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집을 방문할 수 있었던 일이다.
우리 식탁의자의 원래 주인은 일본인 뮤지션이다. 
화려한 그의 콘도를 방문했을 때, 스타일도 뮤지션스러운 그의 거실 한가운데는 키보드와 음향 장비가 자리하고 있더라.

또 우리 TV의 원래 주인은 브라질 아줌마이다.
새로 삼성TV를 장만한 아줌마한테서 TV를 사올 때 우리는 왠지 정을 느꼈다.ㅋㅋ

한국인 예비엄마한테서는 서랍장과 책장, 테이블도 사왔다. 
색깔과 짝은 하나도 맞지 않지만, 가구 한 개 가격에 네 가지를 데려오는 득템을 했다.

지난 주에는 귀여운 흑인 아가씨한테서 가죽 소파를 데려왔다.
방문했던 곳 중 유일하게 콘도가 아닌 하우스여서 소파를 집밖으로 꺼내는데 상당히 고생을 했다.
하우스도 꾸며 놓으니 제법 괜찮더라.


그렇게 소파를 데려옴으로써 우리집은 완성되었다. 검정 가죽소파가 들어오자 '컨트리'를 추구하던 우리집이 '모던'으로 금세 바뀌어버렸지만, 그래도 나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남편은 우리집에 드디어 '앉을 곳'이 생겼다며 좋아하고... 어제 TV까지 설치하면서 우리의 주말 저녁은 더욱 완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부모님께 이 영광을.!!



이제 우리집은 나름대로 침실, 거실, 공부방으로 공간이 나뉘었다.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온 중고물품들로 가득찬 우리집. 
왠지 그들의 다이나믹한 기운이 만나는 것 같다.
마치 강아지 입양이라도 한 기분이네. 후훗